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33년 만 폐관 알린 학전, '아듀' 아닌 '어게인'인 이유 [종합]

알림

33년 만 폐관 알린 학전, '아듀' 아닌 '어게인'인 이유 [종합]

입력
2023.12.05 17:08
0 0

내년 학전 폐관 앞두고 뭉친 예술인들, '학전 어게인' 릴레이 공연 개최
"시, 재단 차원에서 뿌리 이어갔으면" 바람도

5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지하 1층 KOMCA에서는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뉴시스

"학전이 문을 닫더라도 그 존재가 우리 마음에서 없어질 순 없거든요. 그래서 '아듀 학전'이 아니라 '학전 어게인'이에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학전 어게인(AGAIN)' 프로젝트로 한 데 마음을 모았다. 국내 문화예술인들의 산실이자 공연 문화의 뿌리인 학전을 위해서다.

5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지하 1층 KOMCA에서는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인 가수 박학기를 비롯해 유리상자 박승화·여행스케치 루카·크라잉넛 한경록·작곡가 김형석·작사가 김이나와 배우 설경구·배혜선·장현성·방은진이 참석했다.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는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폐관을 앞두고 있는 학전과 설립자 김민기 대표를 위해 학전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한 문화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진행하는 공연이다.

'예술인의 산실' 학전, 국내 대중문화계에 갖는 의미

학전은 1991년 3월 김민기 대표가 개관한 대학로 소극장으로,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교류와 접목을 통한 새로운 문화창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학전은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밴드를 도입했고, 간판 공연인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학전만의 특색을 담은 공연을 기획·제작하며 한국적인 창작 뮤지컬의 성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외에도 학전은 연극, 라이브 콘서트 등 다양한 대중문화 공연을 기획·제작하며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역사를 이어왔다.

뿐만 아니라 학전은 가수 윤도현·박학기·알리·동물원·장필순·권진원·유리상자·이한철·이은미·자전거탄풍경·여치·시인과촌장·크라잉넛·유재하 동문회·하림·이정선·노찾사·한상원 밴드·왁스·김현철·한영애·이두헌(다섯손가락)·강산에·정동하, 배우 황정민·설경구·장현성·김윤석·방은진·배해선·정문성·이정은·김원해·전배수·김희원·박명훈·오지혜·최덕문·안내상 등 수많은 국내 문화 예술인들을 배출하고 성장시키며 '예술인의 산실'로 불려왔다.

학전을 설립한 김민기 대표 역시 대한민국 대중예술의 독자성을 첫 구현한 한국 대중문화사의 자존심으로 오랜 시간 예술인들에게 존경을 받아왔다. 김 대표는 1971년 '아침이슬'을 작사·작곡하며 국내 대중문화계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뒤 1991년 학전을 개관, 이후 뮤지컬 작곡 및 연출가로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공연계의 불황으로 인해 경영난이 가중된데다 김 대표가 위암 판정을 받으면서 학전은 개관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 15일 폐관을 알렸다.

'학전 어게인', 어떻게 출발했나

'학전 어게인'은 학전의 내년 폐관을 앞두고 국내 문화예술인들이 공연을 통해 학전과 김민기 대표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전하겠다는 뜻에 따라 기획됐다.

이날 박학기는 "음악을 시작할 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 김민기 선생님이었고, 학전은 저희가 꿈을 내딛을 수 있는 꿈의 장소였다. 많은 음악과 연극이 거기서 나왔다. 나름대로 다들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것 같다"라며 "우리 모두 김민기라는 사람과 학전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빚을 어떻게든 갚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라고 '학전 어게인'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학전이 만약 유지가 된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음악을 열심히 하고 싶은, 출발하는 새싹들이 이들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출발지가 됐으면 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박학기는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앞으로의 학전의 진행과 존폐에 대해서도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전을 통해 처음 배우 생활을 시작했던 장현성과 설경구 역시 폐관을 앞둔 학전을 위해 뜻을 모았다. 설경구는 "우리 대중예술의 뿌리인 학전은 청년 문화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문화적 가치로 성장한 장소"라며 국내 대중문화사에서 학전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설경구는 "이제는 재단이나 기관에서 학전의 뿌리를 이어가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라는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박학기 역시 학전의 유지를 위한 시나 재단 차원의 도움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학전이 월세를 내고 쓰는 장소이다 보니 단순히 누군가 '몇 달 도와드리겠다'라는 식은 쉽지 않다. 학전이 갖는 정신과 DNA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 속 서울시나 재단 등에서 이를 이어나갈 수 있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바"라고 강조했다.

김형석과 박승화 루카도 역시 학전의 명맥 유지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김형석은 "지금 K팝이 너무 글로벌하게 잘 되고 있는데 그 근간에는 우리 모두의 DNA가 형(김민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양하고 의미있는 음악과 공연이 펼쳐졌던 학전이라는 공간이 계속 유지되면서 새로운 꿈나무들에게 기회를 계속 마련해주는 현장이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박승화도 "학전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슬펐다. 그럼에도 너나 할 것 없이 학전을 위해 참여의 뜻을 밝히는 것을 보면서 뜨거움을 느꼈다. 어떻게든 김민기 선생님의 건강과 학전의 유지를 위해서 애쓰도록 하겠다"라고 전했고, 루카는 "작은 힘들이 모아져서 학전이 문을 닫지 않고 우리와 함께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도록 힘껏 힘쓰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우리의 부르짖음, '학전 지켜달라' 아냐"

학전의 폐관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학전의 이관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학기는 "그건 형님(김민기)의 뜻과는 참 다른 것 같다. 그 자리에 (김)광석이 묘비도 있고,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학전이기 때문이다. 그건 저희도 그렇고, 형님도 원하지 않으실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폐관을 맞더라도 학전 블루에 위치한 고(故) 김광석의 추모 구조물과 벽채 하나 만큼은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의사라는 설명이다. 방은진은 "선생님께서 마로니에의 산실이 모두 없어진 상황에서 그것 하나는 남았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2월부터 진행되는 '학전 어게인' 공연에서는 가수와 배우들의 합동 무대를 비롯해 '김광석 다시 부르기' '김민기 트리뷰트' 무대가 선보여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향후 학전의 어려운 재정 상태 개선이나 미래를 위해서 쓰일 전망이다. 학전의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이나 기부금 조성 등도 고려 중인 상태다.

이날 현장 말미 박학기는 "저희의 부르짖음은 '학전을 지켜달라' 보다는 '학전에서 출발한 우리가 이렇게 잘 하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저희는 저희 공연을 민기 선생님을 위해서 잘 하는 것이 학전을 생각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장현성은 "굉장히 많은 관객분들의 그 추억도 학전에 있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그 때 이야기를 해주고 계시기도 하다. 그 때의 아쉬움 마음과 추억이 반반일 것 같다. 이 공연이 그 때 그 시간들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슬프기도하지만 그래도 '학전 어게인'이지 않나. 굉장히 기쁜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양 빠지지 않게 잘 준비할테니 관객여러분들도 믿고 이 공연을 찾아주셔도 될 것 같다"라고 공연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학전 어게인'은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학전 블루'에서 릴레이로 개최된다.

홍혜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