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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과 상인

입력
2024.02.12 17:5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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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에 관한 명언은 책 한 권으로 담기엔 한참 모자란다. 정치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으니 그럴 만하다. 더욱이 선거의 복잡다단함에 대한 촌철살인은 시대를 관통한다. 플라톤은 '국가 일에 무관심하면 악인이 지배할 수 있다'고 했다. '선거만 끝나면 노예제가 시작된다'고 개탄했던 미국 대통령(존 애덤스)도 있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쉽게 속는 법"이라는 아돌프 히틀러의 말은 선전선동의 전범이 됐다.

□우리의 정치 어록 역시 차고 넘친다. 자주 인용되는 정치인의 말로는 '양 김'만 한 이가 없을 듯하다. 유신 치하에서 의원 제명이 된 1979년 10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그 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으로 서울의 봄은 왔지만 신군부 체제가 들어섰다. 1990년 3당 합당 땐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말로 신군부세력과 손잡는 걸 합리화했다. 문민정부 출범 후 신군부 산실인 하나회를 쾌도난마로 잘라냈으니 말은 지킨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행동하는 양심'은 호남을 비롯한 전국에 수천 개 액자로 살아 있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은 의회 정치와 실사구시 정치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라 두루 인용된다. DJ는 1960년대 이 말을 처음 썼다고 하며, 대통령 퇴임 후인 2005년 신년회, 2006년 전남대 강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 하지만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양수겸장이 어려운 이 말의 인용은 아전인수 논란을 부르기 십상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랜 좌고우면 끝에 최근 준연동제 비례대표제를 결정하면서 위성정당 설립 정당화의 한 명분으로 이 구절을 거론했다. 하지만 입법권력을 가진 다수당의 지위, 자신의 대선공약에 비춰, 종속 변수인 여당 핑계를 들기엔 옹색하다. 머지않아 보게 될 '의원 꿔주기' 등 후진국 선거 수준으로 되돌리는 갖가지 부작용에다 양당정치 공고화 등 준연동제 입법취지에도 어울리지 않아 ‘꼼수’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다. '정치가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데 DJ는 뭐라 평했을지 궁금하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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