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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잡는 안티드론 띄운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입력
2024.04.10 05:00
수정
2024.04.12 15: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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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알아서 비행하는 드론 개발해 위험 시설 점검
공격 드론 격추하는 안티드론도 개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기술 개발의 목표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드론(무인기) 전쟁'이다. 지난해 두 나라에서 격추한 드론이 월평균 1,000대를 넘을 정도로 수많은 드론이 하늘을 뒤덮었다.

이때 널리 이름을 알린 드론이 러시아가 띄운 '샤헤드 136'이다. 이란이 만들어 러시아에 판매한 샤헤드 136은 최신 기술로 무장한 드론이 아니라 정반대여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란은 인터넷에서 구입 가능한 취미용 저가 드론에 오토바이 엔진을 달아 추진력을 높인 뒤 50kg짜리 폭탄을 붙였다. 여기에 인터넷에서 구입 가능한 무선통신 중계기와 비행제어시스템을 붙여 목표물까지 비행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샤헤드 136의 성능을 의심했다. 실제로 요란하게 오토바이 소리를 내며 시속 120km로 날아가는 바람에 쉽게 눈에 띄었고 소총으로도 격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드론이 한꺼번에 수십, 수백 대가 날아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국 샤헤드 136의 힘은 가격이다. 이란은 샤헤드 136을 대당 2만 달러를 받고 러시아에 팔았다. 그런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대당 1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무인 폭격기를 약 1,300만 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싼값에 샤헤드 136을 대량 구매하고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페인트를 칠해 눈에 보이지만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드론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홍해를 지나는 배들을 위협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도 이런 식의 저가 드론을 사용한다.

공격용 드론의 확산은 안티 드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안티 드론은 드론 잡는 드론, 즉 창을 막는 방패다. 지난 2월 발표한 '군 전력 구조 개혁 백서'에서 드론을 막는 방공포대 배치 계획을 밝힌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속속 안티 드론 도입에 나섰다. 최재혁(37)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니어스랩이 주목받는 이유다. 드론을 전문으로 만드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인 이 업체는 안티 드론도 개발한다. 그를 서울 논현로 사무실에서 만나 드론의 신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자체 개발한 AI 자율비행 드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주연 기자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자체 개발한 AI 자율비행 드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주연 기자


AI가 조종하는 자율비행 드론 개발

의외로 최 대표는 니어스랩을 드론 제조보다 데이터 분석회사로 소개한다. "자율비행 드론을 띄워 데이터를 수집해서 이를 분석하는 회사죠. 이를 위해 정해 놓은 시간에 스스로 비행하며 자료를 수집하는 자율비행 드론을 만들어요."

이들이 만든 '에이든'이라는 이름의 자율비행 드론은 인공지능(AI)을 갖고 있어 스스로 알아서 비행한다. "2kg 중량의 작은 드론에 자체 개발한 AI와 엔비디아의 AI용 반도체를 내장한 컴퓨터를 붙였어요. AI가 스스로 비행 경로를 분석해 알아서 날아가죠."

이용자는 스마트폰에 앱만 내려받아 설치하면 따로 조종 훈련을 받지 않아도 간단하게 드론을 조작할 수 있다. "원래 드론을 날리려면 면허가 필요해요. 그런데 2kg 이하의 작은 드론은 굳이 면허를 받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이에요."

지금은 드론을 회사에서 직접 만들지만 앞으로 수량을 늘리기 위해 외부 생산업체들을 알아보고 있다. "현재 서울 역삼동 연구센터에서 드론을 직접 만들어요. 로봇 등을 만드는 외부 업체들과 협업해 7월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발전소 시설과 기체 점검 등에 투입

이렇게 만든 자율주행 드론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장소에 투입돼 자료를 수집한다. "풍력발전을 위해 풍차처럼 생긴 거대한 풍력 터빈의 날개를 드론으로 점검해요. 유럽의 경우 바다에 설치된 거대한 풍력 터빈이 약 300m 높이의 에펠탑보다 커요. 날개 길이가 100m 넘죠. 예전에는 사람이 밧줄에 매달려 균열 등 날개의 안전 상태를 점검했어요. 그러다가 종종 추락사고도 일어났죠."

이제는 사람 대신 드론이 비행하며 풍력 터빈의 날개를 골고루 점검한다. "사람이 올라가서 눈으로 보면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드론은 그렇지 않아요. 수백m 길이의 날개에 바짝 접근해 1m 간격으로 사진을 찍어 클라우드 서버에 올리죠. 그러면 인공지능(AI)이 날개의 이상 유무를 분석해요."

덕분에 점검 시간도 대폭 줄었다. "사람이 점검하면 풍력 터빈 날개 하나에 8시간 걸렸는데 지금은 드론을 이용해 15분 만에 끝내요. AI 분석도 10분이면 충분하죠."

이런 장점 때문에 국내외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업체, 항공기 업체들이 니어스랩의 드론 점검 서비스를 이용한다. 태양광 발전업체들은 드넓은 땅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점검에, 항공기 업체들은 거대한 여객기 기체 점검에 드론을 활용한다. "풍력 발전기를 가장 많이 많드는 독일 지멘스가메, 독일 발전업체 RWE, 유럽 항공업체, 미국의 대형 태양광 발전업체들, 일본 소프트뱅크에너지 및 일본전력 등과 계약했어요. 국내에서는 서부발전, 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자회사들과 계약을 맺었죠."

니어스랩의 AI 자율비행 드론 '에이든'. 2kg 중량의 기체에 AI 소프트웨어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들어 있다. 최주연 기자

니어스랩의 AI 자율비행 드론 '에이든'. 2kg 중량의 기체에 AI 소프트웨어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들어 있다. 최주연 기자


드론 잡는 안티 드론 개발

사업의 또 다른 한 축은 국방 분야다. 이 때문에 전체 직원 80명 가운데 개발자가 50명, 군 출신 인사가 5명이다.

최 대표가 관심을 갖는 것은 정찰용 드론과 안티 드론이다. "에이든을 군 정찰용으로 활용할 수 있죠. 군인들이 드론을 갖고 다니다가 띄워서 주변 5km 반경을 수색할 수 있어요. 사전 학습한 AI가 발견한 사람과 사물의 피아 식별을 하죠."

국방에 드론을 활용하면 인명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출산으로 줄어드는 병력 자원을 보완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래 전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자율주행 드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관련 스타트업들에 조 단위 투자를 하고 있어요. 전략 물자에 중국 제품 사용을 배제한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의도적으로 미국 드론업체를 키우고 있죠."

NDAA 덕분에 최 대표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미국에서는 고층 건물에 불이 나면 드론을 띄워 현장 상황을 보면서 진압해요. 그런데 NDAA 때문에 미국 소방청에서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드론 구입을 문의하는 연락이 왔어요. 새로운 틈새 시장이 열렸죠."

드론을 격추하는 안티 드론도 개발해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드론쇼 코리아'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요즘 공격 드론은 비둘기처럼 크기가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스티로폼으로 기체를 제작해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아요. 따라서 공격 드론을 발견하기 힘들죠."

니어스랩이 개발해 시험 비행 중인 안티 드론은 시속 250㎞의 빠른 속도로 날아가 침투한 드론을 들이받아 격추한다. "안티 드론 앞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공격 드론을 찾아서 AI로 식별해요. 목표는 공격 드론이 상공에 있을 때 떨어뜨리는 것이죠. 북한에서 만든 드론은 시속 60~70㎞로 날아가기 때문에 충분히 쫓아가 격추할 수 있어요."

개발 중인 안티 드론은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 NDAA에 걸리지 않도록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NDAA에 따라 미군 납품 규격에 맞춰 안티 드론을 개발했어요."

방어용과 공격용은 털끝 하나 차이다. 방어용 안티 드론을 뒤집어 공격용으로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국방부와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다. "군 납품 여부는 시험 검증을 따로 거쳐봐야 알 수 있어요."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의 연구센터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설치된 앱을 이용한 드론 조작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의 연구센터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설치된 앱을 이용한 드론 조작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나사 박물관에서 키운 소년의 꿈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은 그는 어려서부터 우주를 동경했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5세 때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박물관에 갔다가 전시된 우주선과 로켓을 보고 흠뻑 빠졌죠. 그때부터 우주왕복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원 졸업 후 병역 특례 때문에 처음 몸담은 곳이 발전소 설비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이다. "대학원에서 헬리콥터나 드론이 안정적으로 비행하도록 돕는 제어 소프트웨어를 주로 개발했어요. 이 기술이 발전소의 안정 운영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어졌죠."

2015년 병역 특례를 마치고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의 회사를 창업한 그는 처음부터 드론 개발을 염두에 뒀다. "창업 때부터 드론을 데이터 분석에 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했죠."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00억 원이다. "드론만 파는 것이 아니라 연간 이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데이터 분석 서비스까지 같이 제공해요."

아직은 적자다. 그렇지만 안티 드론 등 국방 사업의 수요가 커지면 내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 방위산업용 드론이 본격 납품될 것으로 봐요."

투자는 누적으로 300억 원 이상 유치했다. "스톤브릿지, 미래에셋, IMM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추가 투자도 진행 중이죠."

그의 목표는 사회에 도움을 주는 드론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기술이란 최첨단이 아니라 가장 많이 쓰이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원자폭탄과 AI처럼 기술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사회에 많은 가치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안티 드론을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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