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윤 대통령, 병역의무 청년들에 답하라

입력
2024.04.30 04:30
수정
2024.05.02 18:04
26면
0 0
김희원
김희원한국일보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채수근 상병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으나 더 이상 논의는 없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채수근 상병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으나 더 이상 논의는 없었다. 서재훈 기자

영수회담서 언급 없는 채 상병 특검
군 신뢰 회복 없이 군대 어떻게 가나
억울한 죽음, 책임 회피 더는 없어야

2014년 육군 제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을 마음 아프게 기억한다. 선임들의 상습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그는 먹다가 맞고 맞아서 의식을 잃고 의식도 없는 상태로 맞은 그날 죽었다. 근육이 찢어지고 갈비뼈 14개가 손상되고 비장은 터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냉동식품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고 발표했다. 석 달 뒤 군인권센터가 폭로한 뒤에도 국방부는 질식사가 맞다고 고집했고 육군 법무실장은 외려 수사기록 유출에 “응분의 책임”을 언급했다. 사건을 덮으려 한 건 가해자들만 아니라 육군과 국방부가 함께였다. 사인 조작 등 엉터리 수사를 한 28사단 헌병대장과 헌병수사관, 검찰관, 국방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중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2021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 중사가 성추행당하고 사망했을 땐 어떠했던가. 군사경찰, 군검찰, 상관들이 똘똘 뭉쳐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 회유를 해 죽음으로 몰아갔으며 공군은 사건을 은폐하느라 급급했다.

이런 일 때문에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는 걸 윤석열 대통령은 알았을까. 군 사망사건을 지휘관 영향력에서 벗어나 민간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법을 개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억울한 죽음이 쌓였는지를. 그렇게 이뤄낸 제도 개혁을 단숨에 무위로 돌린 일이 국방부의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재조사와 축소라는 것을.

공수처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통령실의 ‘임성근 구하기’는 의혹 수준을 넘어섰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2023년 7월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의 경찰 이첩(과실치사 혐의)에 사인한 다음 날 이첩 중단을 지시했는데, 그 직전 대통령실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이첩된 수사자료를 회수하겠다고 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전화를 받았다. 같은 날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파견 경찰)-국가수사본부-경북청 간 통화도 있었다. 이첩 중단의 이유가 “VIP(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대통령이 이런 일에 사단장이 포함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 임성근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했다”(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는 해병대 수사단의 전언을 뒷받침한다. 더구나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는 ‘피의자 빼돌리기’로 일을 키운 것이 윤 대통령이다. 이 때문에 총선에 대패하고도 29일 영수회담에서 특검법 합의나 진상 규명 의지 표명조차 없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답해야 했다. 신성한 의무로 군복무를 수행하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채 상병의 죽음을 끝까지 규명하고 잘못에 책임지겠다고 말해야 했다. “왜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느냐”고 물은 채 상병 부모에게, “내가 수근이를 못 잡았어”라며 울었던 생존 장병에게 납득할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언제까지 외면할 수도 없는 문제다.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부담이 커지고 재의결마저 불안할 것이다. 일을 키운 게 윤 대통령이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제 윤 대통령이 생각해야 하는 건 거부권 여파나 표 단속 같은 게 아니다. “채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네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말로 돌아가야 한다. “수해복구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라는 생존 장병 어머니의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가 왜 해병대 빨간 티셔츠에 연연하는 지휘관을 지켜야 한다는 말인가. 목숨 걸고 전우의 뒤를 지키는 군인정신을, 안보의 기초인 군의 기강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보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국방의 의무를 진 청년들에게, 아들을 군에 보내는 부모들에게 답하라.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