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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밍 시대는 끝났다" 이심으로 세계시장 겨눈 서용준 베이콘 대표

입력
2024.05.08 05: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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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카드 교체 필요 없는 이심, 10개국 제공 예정
"세계 시장의 1% 잡아 1조 원 매출 목표"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이 여권과 함께 챙기는 것이 로밍이다. 출국 전 공항에서 주로 신청하는 로밍은 해외에서도 국내처럼 휴대폰 통화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로밍을 이용하지 않으면 해외 통신업체에서 판매하는 데이터 전용의 범용이용자식별모듈(USIM, 유심) 카드를 사서 휴대폰에 갈아 끼운 뒤 사용한다. 데이터 전용 유심카드는 음성통화를 할 수 없고 와이파이처럼 인터넷만 지원해 로밍보다 저렴하다. 대신 현지 휴대폰으로 인식돼 국내 휴대폰 번호로 들어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번거로운 절차 없이 편하게 휴대폰을 쓰고 싶으면 로밍, 통화 없이 인터넷만 사용하며 비용을 절약하고 싶으면 해외 유심카드를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 해외여행 시 휴대폰 이용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로밍이나 유심카드 대신 이심(eSIM·embedded-SIM)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여행객들을 사로잡은 이심이 과연 무엇인지 한국과 일본에서 관련 사업을 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베이콘의 서용준(52)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알아봤다.

서용준 베이콘 대표가 '이심이지' 앱을 보여주며 유심카드가 필요 없는 이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서용준 베이콘 대표가 '이심이지' 앱을 보여주며 유심카드가 필요 없는 이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이심이 무엇이길래

이심은 유심카드를 대신하는 소프트웨어다. 유심카드를 갈아 끼울 필요 없이 스마트폰 설정에서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해외에 나가 이를 선택하면 스마트폰이 현지 휴대폰으로 바뀐다. 따라서 로밍보다 저렴하면서 유심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원래 스마트폰에 꽂혀 있는 물리적 유심카드와 이심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심 기능을 통해 국내 휴대폰 번호로 들어오는 문자메시지를 그대로 받으면서 값싸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간혹 유심카드에서 발생하는 불량 제품 문제도 없다.

단점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심 설정이 힘들 수 있다. 또 예전 스마트폰은 이심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3', '갤럭시Z폴드4'와 'Z플립4', 애플의 '아이폰XR'과 '아이폰XS' 이후부터 이심을 지원하니 구입 전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사용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10개국서 이심 서비스 제공

서 대표는 전 세계 이심 사업을 목표로 2018년 베이콘을 창업했다. "이심으로 로밍을 넘어서고 싶어요. 음성통화 위주의 로밍은 옛날 서비스죠. 지금은 해외여행을 가면 인터넷 등 데이터를 주로 이용해요."

베이콘은 지난해부터 내국인들의 해외여행을 위한 해외용과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국내용 등 두 가지 이심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이심이지', 일본에서는 '포케이심'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해요. 상반기 중 서비스 지역을 미국, 영국, 프랑스,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대만, 브라질, 칠레 등 10개국으로 확대해요."

이를 위해 그는 국내외 주요 이동통신업체들과 통신망 이용 계약을 맺고 4세대(4G) 및 5G 이동통신 데이터를 제공한다. "일본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AU, 필리핀 PLDT, 베트남 비에텔, 유럽의 오렌지, 국내의 KT, LG유플러스와 망 이용 계약을 했어요. SK텔레콤과 중동의 두바이텔레콤도 조만간 계약 예정입니다. 덕분에 해외에서 현지인들처럼 빠르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죠."

로밍과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이심 이용 기간에 임시 휴대폰 번호가 부여돼 각종 예약을 할 수 있다. "로밍은 현지 휴대폰 번호가 아니어서 식당 등 현지 휴대폰 번호로만 가능한 예약을 할 수 없어요. 반면 베이콘 이용자들은 일부 지역에서 임시 휴대폰 번호로 예약이 가능해요."

그래서 서 대표는 "로밍 시대가 끝났다"고 단언한다. 대신 새롭게 떠오르는 이심이 이통사들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로밍 사용은 점점 줄어들어요. 언뜻 보면 이통사들에 불리한 것 같지만 거꾸로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입국하는 외국인 여행객에게 이심을 제공하는 업체들에 통신망을 빌려주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어요. 실제로 이통사들의 이심 매출이 많이 늘고 있죠."

베이콘이 일본에서 제공 중인 이심 서비스 '포케이심' 앱 화면. 베이콘 제공

베이콘이 일본에서 제공 중인 이심 서비스 '포케이심' 앱 화면. 베이콘 제공


음성통화도 무료로 푼다

서 대표가 이심이지의 강점으로 꼽는 것은 편리함과 가격이다. 우선 그는 이달 중 이심의 단점이었던 스마트폰 설정 문제를 QR코드로 해결한다. "이달 중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하면 자동으로 이심 설정이 되는 기능을 앱에 넣을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노인들도 쉽게 이심을 사용할 수 있죠. 다만 이 기능은 아이폰에서만 지원해요. 안드로이드폰도 QR 누르기 기능을 지원하면 추가할 예정입니다."

가격은 이통사의 로밍 서비스와 비교하면 약 73% 저렴하다. "일본을 일주일 여행할 경우 국내 모 이통사의 로밍을 이용하면 2만9,000원이 들어요. 반면 이심이지는 평균 7,900원이면 충분하죠. 데이터 이용량도 다른 이통사의 경우 하루 500메가에서 1기가인데 이심이지는 그 이상 제공해요."

여기에 국제전화도 무료로 지원할 계획이다. "인터넷 전화가 아닌 일반 음성통화를 곧 무료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지 통화는 물론이고 국제전화도 무료로 제공해요."

음성통화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은 인터넷과 현지 통신망의 결합이다. "국제 구간은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현지에서는 계약한 해당 지역의 이통사 통신망으로 연결돼요. 이렇게 되면 통화 원가를 낮출 수 있어요."


원가 낮추는 독특한 기술 보유

언뜻 보면 퍼주는 서비스인데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베이콘의 기술력이다. 이들은 'SMDP+'라는 서버 기술을 이용해 남는 데이터를 모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춰 수익을 올린다. "이용자가 사용하지 않고 남은 데이터를 모아서 다시 팔 수 있는 낙전 데이터 기술을 갖고 있어요. 이심이지에 이 기술을 적용해 원가를 낮췄어요. 다른 업체는 따라 하기 힘든 기술이죠."

베이콘이 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오픈벡스라는 벤처기업의 개발자들을 대거 흡수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직원 20명 가운데 10명이 개발자다. "오픈벡스는 'OTO'라는 무료 국제전화 기술을 개발한 곳이에요. 일본에서 오픈벡스와 손잡고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됐고 이 회사가 내부 사정으로 문을 닫게 됐을 때 개발자들을 흡수했죠."

덕분에 이 업체는 최근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매출을 공개할 수 없지만 급격하게 오르고 있어요.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 원 입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해외 유명 투자사들에서 투자도 받았다. "금액을 공개할 수 없지만 미국의 유명 벤처투자사 500글로벌과 두바이의 최대 벤처투자사 쇼룩파트너스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쇼룩의 투자 심사역이 이지이심을 써보고 감탄을 했죠."

일본 이동통신업체인 소프트베이의 대표를 겸하는 서용준 베이콘 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한다. 향후 그는 일본 증시 상장을 위해 양 사 합병도 검토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일본 이동통신업체인 소프트베이의 대표를 겸하는 서용준 베이콘 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한다. 향후 그는 일본 증시 상장을 위해 양 사 합병도 검토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동명이인 덕분에 채용 시험 붙어...세계 1위 이심업체 겨냥

서 대표는 일본에서 가상이동통신망업체(MVNO) 소프트베이를 창업해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소프트베이는 도쿄에서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니혼바시 근처에 본사가 있다. 130명이 일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매출 40억 엔, 영업이익 2억 엔을 기록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황당한 경험으로 국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1998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지오이네트에 들어갔어요. 당시 지원자가 1만 명 이상 몰릴 정도로 인기 회사였는데 면접 때 아버지 직장을 묻길래 모 기관에서 일하신다고 했더니 바로 합격했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모 기관장이 인사 청탁한 사람과 동명이인이었죠. 다른 사람 덕분에 입사한 회사에서 문 닫을 무렵인 2003년까지 일했어요."

막판 회사 업무를 총괄하다시피 했던 그는 일본 합작회사의 업무를 돕기 위해 일본에 갔다가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골프 모임에서 쇼와정보통신 대표를 만났어요. 직원이 5명뿐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데 30년 업력을 지닌 회사였죠. 막내 직원이 57세였어요. 5명뿐인 회사가 30년을 버틸 수 있는 시장이라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죠."

일본어도 잘 못하던 그는 사표를 쓰고 일본에 눌러앉아 2005년 소프트베이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주는 일을 하다가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휴대폰 빌려주는 사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신 사업에 진출했어요. NTT도코모의 통신망을 빌려 '베이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요."

독특한 것은 팩시밀리(팩스) 사업이다. "일본 기업들은 아직도 팩스를 많이 사용해요. 통신업체 전용선을 빌려서 기업들에 팩스 송수신 서비스를 제공하죠. 약 10만 개 일본 기업이 우리가 제공하는 '포케팩스' 앱 서비스를 사용해요."

한국과 일본을 한 달에 절반씩 오가며 일하는 그는 소프트베이와 베이콘 합병도 검토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싶어요. 합병을 통해 일본 증시에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국내보다 5배 이상 커질 겁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세계 1위 이심업체 에어알로를 따라잡는 것이다. "전 세계 로밍 시장이 100조 원 규모인데 여기서 1%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연 매출 1,000억 원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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