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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과 희로애락 나누던 커뮤니티 운영자가 광고대행사 대표로 [우리동네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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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과 희로애락 나누던 커뮤니티 운영자가 광고대행사 대표로 [우리동네 강소기업]

입력
2024.05.27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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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종합광고대행사 '이너스커뮤니티'
기혼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아줌마닷컴'이 시작
5년 만 회원수 100만, '소비자 참여 마케팅' 발전
다음 화두 AI, "기업·소비자 모두 유익한 마케팅"

황인영 이너스커뮤니티 대표가 23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황인영 이너스커뮤니티 대표가 23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광고 회사는 사람이 재산입니다."

'이너스커뮤니티'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 및 브랜드를 대상으로 25년간 500건 넘는 광고·캠페인을 진행한 1세대 디지털 광고대행사다. 소비자 눈을 사로잡는 광고와 톡톡 튀는 마케팅을 선보이며 소비자 의사 결정을 돕는 광고 전략을 꾸준히 만들어내 2021년 서울형 강소기업에 선정됐다. 최근 3년간 고객사는 2.5배 늘었고 지난해 매출 65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 23일 서울 금천구 회사 사옥에서 만난 황인영(56) 대표는 "브랜드가 최대한 많은 소비자를 만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소비자도 좋은 브랜드 덕에 만족하도록 돕는다는 게 우리 회사 광고 기획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일하는 직원, 즉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소 광고 회사는 대표가 나이 들면 그대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제가 물러날 때 직원들에게 '다음 대표 누가 할래'라고 물어보면 너도나도 손을 들 만큼 가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줌마닷컴' 입소문 회원 100만

아줌마닷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아줌마닷컴 홈페이지 캡처

아줌마닷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아줌마닷컴 홈페이지 캡처

이너스커뮤니티는 주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특화돼 있다. 이런 정체성은 회사 시작과 무관치 않다.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인터넷 창업 붐이 일기 시직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광고 회사에 다니던 황 대표는 남편의 권유에 창업을 결심했다. '아이템'을 고민하던 차, 문득 '인터넷이 온 가정에 퍼지면 TV에 쏠려 있던 주부의 눈이 PC로 향할 것'이라는 예측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게 인터넷 광고 사업을 꿈꾸게 됐다.

'초보 주부' 황 대표는 스스로 가장 필요한 게 뭔지 고민했다. 그건 '이야기 공간'이었다. 그는 "된장찌개를 어떻게 끓이는지도 모르고 덜컥 결혼해 살림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데가 없어 답답했다"며 "주부마다 가까운 지인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을 텐데 이를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본금 5,000만 원, 3.3㎡(1평)짜리 지하 사무실에서 기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아줌마닷컴'이 탄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란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 게시판이나 댓글 기능 등 지금은 보편화된 기본 틀을 그는 오로지 '상상력'만으로 아줌마닷컴에서 구현해냈다.

아줌마닷컴은 5년 만에 회원 수 100만 명을 달성했다. 황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회원들의 게시글에서 주부들의 '니즈'를 읽어냈다. 고민상담뿐 아니라 이런 고민에는 '저런 제품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개해주기로 한 것이다. 닷컴 안에서 소비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마케팅을 시작한 계기다. 상품리뷰단 등 아줌마닷컴만의 마케팅이 입소문을 탔고 찾는 기업이 점차 많아졌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이너스커뮤니티란 지금의 법인을 설립해 포털·라디오·TV 광고까지 아우르는 종합광고대행사로 성장시켰다.

"소비자 마음 읽어 브랜드에 스며들도록"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황 대표. 임은재 인턴기자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황 대표. 임은재 인턴기자

'소비자 참여 마케팅'의 가치를 발견한 이너스커뮤니티의 작업은 점차 더 정교하고 체계화됐다. 기업의 요구 사항을 파악한 뒤 소비자 설문조사·인터뷰를 하며 브랜드에 대한 인식, 태도와 바라는 점까지 찾아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제품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걸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해결되고 삶이 어떻게 나아질 거라고 주입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브랜드와 제품이 그들의 생활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CJ가 '행복한 콩' 두부를 출시할 때 진행한 '전국 아줌마 모의고사'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문제를 풀면서 두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경쟁 제품과 달리 인공 소포제 등을 넣지 않았다는 걸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이 마케팅 덕인지 두부 시장에 처음 뛰어든 CJ는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했다.

한 종합제지기업과 인연도 각별하다. 이 기업의 대표 브랜드 제품에서 인체에 위해한 성분이 검출됐다는 분석이 나와 소비자 집단 소송에 직면하고 리콜 사태를 빚는 등 파장에 휘말렸다. 사실 이 성분은 피톤치드, 레몬 등 자연물질과 식품에서도 발생하며 시간이 경과하면서 자연소멸하는 특성이 있어 제조일자가 측정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등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당시 관련 보도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해당 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이 기업이 "제발 방법을 찾아달라"고 도움을 청해왔다. 이너스커뮤니티는 ①소비자에게 위해성분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②관리상 일부 실수에 대해서 솔직하게 사과하며 ③앞으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와 함께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웹사이트를 만들어 사과 영상과 이 성분을 설명하는 전문가 영상을 올렸고, 악플이 달려도 무작정 막기보다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 재차 설명했다. 제품 제조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만들기 교실'도 운영했다. 황 대표는 "될 때까지 사과하고 설명하면 조금씩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부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 브랜드는 3년 만에 사태 이전 시장 점유율을 다시 회복했다.

빠르게 변하는 광고 환경에도 황 대표는 "결국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고객에게 제품을 보여주기만 하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선택받으려면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너스커뮤니티가 팝업스토어를 많이 열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 고민은 인공지능(AI)이다. 황 대표는 "인터넷이 등장하며 소비 행태가 바뀌고 마케팅 전략도 바뀌었듯 AI는 지금 광고 업계를 바꿀 중요 키워드"라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기업과 소비자에게 모두 유익한 마케팅이 무엇일지 계속해서 공부하고 고민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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