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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억 원 노린 일본 부동산 사기, 소년원 출신 작가가 생생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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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억 원 노린 일본 부동산 사기, 소년원 출신 작가가 생생하게 그렸다

입력
2024.05.26 18:30
수정
2024.05.26 18:3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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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사기 다룬 소설 ‘도쿄 사기꾼들’
폭력과 소년원, 마약 등 그늘진 과거 딛고
소설가 거듭난 일본 작가 신조 고 인터뷰

일본 부동산 사기 사건을 다룬 장편 소설 '도쿄 사기꾼들'의 작가 신조 고. 북스피어 제공

일본 부동산 사기 사건을 다룬 장편 소설 '도쿄 사기꾼들'의 작가 신조 고. 북스피어 제공

‘전세사기’를 비롯한 부동산 사기는 한국에서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불과 수년 전 ‘세키스이 하우스 부동산 사기’가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지면사(地面師)라고 불리는 8명의 부동산 전문 사기꾼은 건물 주인 행세를 하며 대형 건설사에 부동산을 팔아 약 55억 엔(약 480억 원)을 챙겼다.

이 사건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작가 신조 고(41)다. 10대 시절 폭력 사건을 일으켜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마약에 중독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작가가 된 이후로 사기와 마약, 다단계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린 범죄소설을 써온 그가 실제 부동산 사기 사건이 모티브인 장편소설 ‘도쿄 사기꾼들’로 한국의 독자들과 만났다.

신조 작가는 한국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악을 긍정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는데, 막상 작품을 쓰려고 하면 제대로 살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인물에게 끌리게 된다”고 전했다. “어쩌면 그늘진 길만 걸어온 내 성장 과정이 영향을 끼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꼼꼼한 취재로 완성한 ‘사기의 세계’

도쿄 사기꾼들·신조 고 지음·이규원 번역·북스피어 발행·375쪽·1만6,800원

도쿄 사기꾼들·신조 고 지음·이규원 번역·북스피어 발행·375쪽·1만6,800원

‘도쿄 사기꾼들’이 그리는 100억 엔(약 870억 원)대의 부동산 사기 수법은 정밀하다. 계획을 지휘하는 지면사와 팔아넘길 만한 부동산 정보를 수집하고 매입자를 물색하는 도면사, 소유자 행세를 할 배우를 섭외하는 수배사 등 각자의 역할이 있는 사기 집단의 면면뿐 아니라 손바닥에 붙이는 가짜 지문이 새겨진 초극박 인공 필름의 존재도 묘사한다. 지문이 전혀 남지 않으면 오히려 의심을 받을 수 있는 탓에 생겨난 '사기 트렌드’다.

신조 작가는 사기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리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면사를 만난 경험이 있는 대부업자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또 관련 재판 자료를 읽고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를 만났고, 약 20만 원을 내고 부동산 사기 대응법을 논의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하는 등 발품을 들였다.

사회적 사건이라는 리얼리즘에 뿌리를 둔 소설인 만큼 대사도 가차 없다. “강인한 자가 웃고 나약한 자가 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예전에 자신이 탈탈 털렸듯이 나약한 자는 탈탈 털리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사기를 치는 장본인이자 과거엔 사기 피해자였던 주인공 다쿠미의 말이다. 낯설지 않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사기 피해자에게 ‘당한 사람도 잘못’이라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존재한다. 신조 작가는 이런 대사를 “공동체가 희박해지고 개인주의화한 사회에서 어떻게 신뢰 관계를 담보할 것인가에 대한 작은 경종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작가 되기로 결심”

신조 고 작가. 북스피어 제공

신조 고 작가. 북스피어 제공

어렵게 마약을 끊고 명문이라 불리는 일본 게이오대를 나와 기업에 취직했지만 “나에게는 보통의 회사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느낀 신조 작가는 “거의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동경하던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3년 만에 스바루 문학상을 타며 등단했다. 대학 입시 때도, 소설가가 되기로 했을 때도 주변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해낸 그다.

신조 작가는 스스로 “어둡고 비참했다”고 표현하는 과거를 지나 참혹한 사건이 일어나면 ‘신조 고의 소설 같다’라는 표현이 따라붙을 정도의 입지를 지닌 소설가로 거듭났다. ‘도쿄 사기꾼들’은 한국에 소개되는 그의 첫 소설이다. 그는 “안목 있는 독자를 폭넓게 보유한 나라에서 책이 출판되는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소설은 같은 제목의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져 올여름 공개된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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