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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물 바로 앞 도로는 '보도'일까... 법원 판단은?

2024.05.27 04:30
보행자가 통행 가능한 건물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더라도 '보도'(인도)에서 사고 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도냐, 아니냐에 따라 법 적용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보도'에 대한 일종의 기준점을 제시한 판결로 평가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당시 부장 김우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지난해 9월 공소를 기각했다.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운전업에 종사하던 A씨는 2021년 경기 고양시의 한 건물 앞 도로에서 후진을 하다 보행자를 들이받아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쟁점은 '도로의 어느 부분까지를 보도(인도)로 볼 수 있는가'였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보도를 침범하거나 보도 횡단 방법을 위반해 운전한 뒤 사고가 나면 피해자 의사나 운전자의 종합보험 가입 유무와 무관하게 운전자를 처벌한다. 즉, 사고 지점(그래픽 E 구역)이 보도인지, 도로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1심은 사고 구역을 보도로 판단하고 A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차도에 접한 보도와는 다른 색상과 재질로 포장돼 있긴 하지만, 누구나 통행 가능하다면 보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보도(C)에 연속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보도를 설치하면서 만든, 보도와 사고 구역 사이 경계석(D)에 주목했다. 도로교통법은 보도는 '연석선(B) 등으로 경계를 표시해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도록 한 도로의 부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의 '경계 표시'에 대해 단순히 차도(A)와의 경계(B)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 폭을 정할 수 있는 차도 반대편 경계(D)'도 포함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보도의 양쪽 경계를 B와 D 지역의 경계석으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구역(E)에선 주·정차 위반을 단속할 수 없다는 지자체의 유권 해석도 근거로 들었다. 보도에선 주정차가 금지돼 단속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사고는 보도가 아닌 콘크리트 포장 부분에서 발생했다"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E 부분은 보도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재판부는 대지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도 감안했다. 해당 구역을 보도로 인정하면, 건물주가 이 공간에 테이블이나 광고판을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법에선 이 구역을 시가지 안 건축물에 대해 규정된 대지 내 공지(대지 내 위치한 개방된 공간으로 공공 이용을 위해 남겨진 땅)로 본다. 대지 내 공지는 보행자 편의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안전과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 등을 목적으로 일정 부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구역을 전부 보도로 규정하면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광고판 등은 일절 설치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의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고 사실상 보도로 인정하면, 대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도시 사람들이 지방을 바라보는 편견이 그대로 담긴 게 아닌가 싶어요." 초등학교 입학 무렵, 부모를 따라 도시로 이사한 남준규(35)씨의 고향은 경북 영양군이다. 지금은 제2의 고향이 된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삶의 터전을 일궜지만, 그에게 영양은 여전히 특별한 곳이다. 본관부터 영양이다. 수많은 별이 쏟아져 내리던 밤하늘, 할머니 손을 잡고 읍내 오일장에 나간 날, 집 앞 개울가에서 동생과의 물놀이 등 추억이 한둘이 아니다. 이사를 간 뒤에도 명절이나 집안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영양을 찾을 때면 괜히 설렜다. 청양고추(청송+영양)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남씨는 이제 '대도시' 사람이다. 고향을 떠올리면 너무 조용하고, 다른 곳보다 일찍 하루가 끝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영양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통을 트일 수 있는 탈출구가 돼줬다. 강원 양구에서 한 군생활을 제외하고 지역사회를 벗어나 본 적이 없던 '찐' 경상도 사나이 남씨에게 유튜브 '피식대학'의 '경상도 호소인' 영상은 삶의 낙이었다. 친근하면서 어설픈 사투리를 쓰는 출연자들이 경상도 곳곳을 소개하는 취지에도 공감이 갔다. 그들이 고향을 찾았다는 소식에 그는 누구보다 들떴었다. 그러나 35분 분량의 영상을 보는 내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출연진은 한적한 영양 읍내를 돌아다니며 지루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비하 발언도 예사였다. '내 고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반전이 있지나 않을까 끝까지 지켜봤지만 영양은 조롱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남씨는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영상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면서 "이곳을 모르는 사람에게 괜한 편견을 심어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씁쓸해했다. 영양의 인구는 지난달 기준 1만5,517명. 지난해 29명이 태어났고, 281명이 세상을 등졌다. '저출생 고령화'를 절절하게 체감하는 지역이다. 울릉도를 제외하고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인구도 가장 적다. 유튜브 영상은 이런 조용한 소도시 영양을 전국적 화제의 중심에 올려놨다. 그저 장난으로 영상을 만들었을지 몰라도 파장은 컸다. 출연자들은 백반집과 제과점, 로컬푸드장 등을 찾아 "메뉴가 특색이 없다" "굳이 영양까지 와 먹을 음식은 아니다" "할머니 살을 뜯는 거 같다" 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도파민 제로 시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붙였다. 재미 없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영상이 공개된 후 비난이 쏟아지자, 출연자들은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코미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태로 모든 부분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생존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역민과 출향민들에게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기 광명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경북 영덕군 출신 김홍재(39)씨는 "'촌'을 바라보는 대도시 사람들의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면서 "운이 없게도 영양이 타깃이 됐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도혜(36)씨도 "도시와 농촌이 갖는 규모의 차이가 수준의 차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양군은 가뜩이나 지난해 산나물축제 '바가지 요금' 논란으로 이미지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던 터에 이번 일이 터져 대책 마련이 쉽지 않으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방송 인터뷰에서 "속상한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영양을 전국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며 "많은 국민이 영양을 찾도록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출연자들을 향해서도 "다시 와달라"고 손짓했다. 다른 소규모 지자체도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에도 지방 소멸을 늦추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지자체 홍보담당 공무원은 "지역은 대도시에 비해 즐길 거리도, 인프라도 뒤떨어지지만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부족한 점을 채우려 분투 중"이라며 "영양 비하 논란이 도농 간 인식 차이를 좁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