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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탄소감축 있어야 탄소포집도 제 몫 할 것"

입력
2023.07.13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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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포집, 기후위기 솔루션 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려는 노력이 없다면 탄소포집 등 탄소제거 기술은 무용지물입니다.”

데이비드 호 미국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양탄소 제거 분야의 전문가이자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주최하는 엑스프라이즈 탄소제거 기술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이다. 대회는 연간 1,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100년 이상 격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팀에 5,000만 달러(약 650억 원)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기술 혁신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국제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이 단체는 탄소제거 기술 경진대회를 열고 1억 달러를 내걸었다.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캡처

기술 혁신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국제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이 단체는 탄소제거 기술 경진대회를 열고 1억 달러를 내걸었다.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캡처

평생 탄소제거를 연구한 호 교수가 지난 4월 네이처에 ‘탄소제거 기술은 헛된 타임머신이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하자 과학계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칼럼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5억 톤. 미국이 지으려는 공기 중 탄소포집(DAC) 허브는 매년 탄소 100만 톤 포집이 예상되는데, 이 속도로는 대기 상태를 13분 되돌려 놓는 데 불과하다. 지구 인구 80억 명이 나무 한 그루씩 심으면 43분을 되돌린다. 이처럼 탄소포집은 현재로선 헛수고지만,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10%씩 줄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DAC는 2시간을 되돌려 놓는 타임머신이 된다. 감축량이 더 커지면 타임머신은 더 빨라질 것이다.’

데이비드 호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가 지난 4월 네이처지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 네이처 캡처

데이비드 호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가 지난 4월 네이처지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 네이처 캡처

호 교수는 “현실을 설명하려 이 같은 비유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나 기업, 미디어가 탄소포집 기술을 장밋빛 해법으로만 다루고 있어 우려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걸로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식의 접근으로 탄소포집에 투자하면 돈 낭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탄소포집 같은 수단이 하나라도 더 있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그러나 철저한 손익계산 없이 가능성만을 얘기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양날의 검을 슬기롭게 사용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그 조건을 물었다.

우선순위를 정하라

덩컨 맥라렌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원은 탄소포집의 사회적 영향을 연구한다. 그의 논문은 지난 3월 발간된 IPCC 보고서에도 인용됐다. 그는 “정부가 포집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최대한 강한 탄소감축 목표부터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이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은 보너스 개념으로 추가하라는 것이다. 감축 목표와 포집 목표는 분리해야 한다. “두 목표가 분리되지 않으면 포집 계획에 실패할 경우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기후 싱크탱크들도 같은 분석이다. 사단법인 넥스트와 녹색전환연구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해 자체 연구를 통해 발간한 ‘대한민국 K-Map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탄소포집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만 시멘트·석유화학의 배출 탄소 잔여분을 처리하기 위해 2040년 이후 소량 활용할 뿐이다.

대신 지금 활용 가능한 대안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경로를 택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전기차 보급 등이다. 고은 넥스트 부대표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수단을 먼저 활용해야 한다”며 “탄소포집은 8회 말 이후 구원투수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포집 활용 부문을 제한하라

산 아커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는 CCUS가 책임 있게 사용되기 위한 조건을 연구한다. 그에 따르면 3년 전 네덜란드에도 CCUS를 기후위기 해법으로 봐도 되냐는 논란이 있었다. 탄소감축 설비에 투자해 배출량을 줄인 기업에 지급되는 ‘에너지 전환 촉진 보조금(SDE++)’의 대상을 정하면서다. 여기에 CCUS를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그럴 경우 오히려 화력발전 수명을 연장시킬 거라는 우려도 컸다.

고민 끝에 네덜란드 정부는 CCUS에 보조금은 주되 화력발전소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른 공장에도 보조금에 상한선을 두고 2035년까지만 지급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CCUS만 믿고 탄소 감축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제한한 것이다. 아커봄 교수는 “CCUS를 한시적으로 활용하도록 제한을 둬야만 산업 현장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포집을 화석연료로 가동하지 말라

탄소포집은 설비 가동은 물론 포집 탄소 운반 등 여러 과정에 에너지가 투입된다. 이를 화석연료로 충당한다면 탄소포집은 효과적인 기후위기 해법이 될 수 없다. 탄소 배출량이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CCUS 기술에 비판적이든 우호적이든, 전문가 대부분이 지적하는 바다.

한국CCUS추진단 단장인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탄소포집·저장 사업에 드는 많은 에너지에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훨씬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권 교수는 국내 사정상 당장은 탄소포집에 화석연료를 쓰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호 교수는 “화석연료로 탄소제거 기술을 구동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포집에 앞서 청정에너지를 충분히 조달할 방법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혜정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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