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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법안' 쏟아내도 책임 안 지는 국회... 공천보다 입법에 충실해야"

입력
2023.11.29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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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과잉입법 부작용, 사회 약자 피해로 돌아가"
"입법연구보다 공천권자 눈치 보는 게 문제"
"국민의힘은 '봉건왕조'...견제세력 나와야 한다"

편집자주

2020년 5월 개원한 21대 국회는 극단적 진영 대결의 장이었다. 여야는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 상대방 공격을 통해 손쉽게 반사 이익을 누리려 했다. ‘나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란 독선은 입법 독주와 꼼수 탈당, 정치의 사법화 같은 제도 오남용으로 이어졌다. 철저한 원인 진단과 반성이 없다면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구성될 22대 국회도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것이다. 이에 여야 중진ㆍ초선 의원들의 21대 국회 평가를 징비록(懲毖錄)으로 남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본보 인터뷰에서 "현재의 국민의힘은 매력이 없는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고영권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본보 인터뷰에서 "현재의 국민의힘은 매력이 없는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고영권 기자


"세상 어느 직종에서도 이 정도로 불량품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가 불량법안을 내놓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진행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과잉입법' 관행을 지적했다. 입법이 본령인 국회의원이 낮은 품질의 법안을 양산하는 원인으로는 입법 연구보다 재선을 위해 공천권자에게 줄을 대는 것을 중시하는 정치 관행을 꼽았다. 2020년 여의도에 입성한 지 4년이 다 되도록 그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10건에 그친다. 21대 국회의원 전체 연평균 법안 발의 건수(22.2건)와 비교할 때 현저히 적은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서다.

김 의원은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초선 당대표론'을 내걸고 초반 돌풍을 주도했다. 당시 당선된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보수정당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현안에 따라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도 스스럼없이 내고 있다. 현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서도 "봉건왕조나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오직 윤석열 대통령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1대 국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 데 고민을 하지 않는다. 발의하는 법안의 정합성을 따지지 않은 채 불량품을 만들어 낸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만 2만5,000건이 넘고, 올 11월 기준 약 7,500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많은 법안이 통과됐지만 우리 정치, 사회 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고 있지 않나."

-국회의원 고유 권한인 입법권을 비판하는 이유는 뭔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민식이법 놀이'를 유발하는 무서운 법이 돼 버렸다. 대법원은 '타다금지법'에 대해서도 내용 자체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판단했고, '윤창호법'은 세 차례나 위헌 판결을 받았다. 모든 법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지만, 늘 힘없는 사람과 약한 사람, 돈 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무책임한 입법은 왜 자꾸 반복되나.

"아직도 언론과 시민단체, 정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의원 평가의 기준은 법안 내용과 파급력, 상임위 활동 성과보다 발의 건수다. 이건 아주 손쉬운 방식이다. 상임위 법안소위에 불출석하거나 잠깐 앉아 있다 나가도 발의 건수만 많으면 우수 의원이 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의정활동을 법안 발의 건수로 평가하지 말고 의원입법 내실화를 위해 고심해야 한다.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법안 발의 전 심사를 의무화해서 이를 통과한 법안만 발의하는 '사전입법심사' 제도도 참고할 만한다. 법안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이뤄지는 상임위에 머문 시간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과잉입법의 문제가 극단적 정치와도 관련이 있나.

"정치의 목적이 공천권을 가진 사람에게만 잘 보이는 일로 변질된 게 문제다. 실력이 공천을 담보한다면 입법 연구도 활발할 수 있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권력자의 결정대로 된다고 생각하니까 (입법보다) 그쪽으로 줄을 서려고 하는 것이다."

-21대 국회 초반 국민의힘에서도 초선 중심 공부모임이 활발하지 않았나.

"처음엔 의정활동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우리 당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윤심이 민심이다'라면서 대통령의 뜻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 초선들이 당직을 얻고 좋은 자리에 가니까 다른 초선들이 동요하는 것이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어떤가.

"한마디로 매력이 없다. 저 정당에 들어가면 '홍범도 빨갱이'라 해야 하고, (해병대 상병 순직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장을 욕해야 하나 싶은 인식을 주고 있다. 전대에선 (특정 인물 낙선을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윤핵관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누가 들어오고 싶겠나. 지난 총선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도 이런 정당에는 들어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당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용산(대통령실)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걸 고쳐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비공개 의총에서 '당대표가 무슨 잘못이냐. 대통령 잘못이다. 당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말도 못하니까 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들 공감하는 눈빛이었지만 박수는 두 명만 치더라. 당정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엔 공감하지만 (목소리 내는 것을) 무서워하는 분위기다."

-혁신위마저 혁신 의제로 당정관계 문제엔 선을 긋고 있다.

"혁신위원장이라는 사람은 대통령에게 '나라님'이라는 말까지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다 아는데 안 고치면 혁신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보선 이후 당정관계를 정상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혁신위를 내세워 막은 것이나 다름없다."

-변화는 불가능한가.

"결국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도 지고, 문제도 풀어야 한다."

-당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은 없나.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 간 긴장관계가 유지됐을 때 당이 제일 잘나갔다. 당내 민주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당내 견제세력이 있어야 한다. 100% 국민경선 등 공천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소수라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자연스러운 합종연횡으로 어느 누구도 독주하기 어려워진다."


김민순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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