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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또 올랐네, 연 8.7%"... 막내딸 유치원비까지 막힌 사장님

입력
2023.12.27 14: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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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물·리·집] <2> 금리
사업자금 대출 소상공인들
고금리에 경기침체 이중고
상생금융 조건·혜택 아쉬워

편집자주

물가, 금리, 집값 때문에 힘든 한 해를 보낸 서민들의 일상을 동행해 그들의 애환과 내년 바람을 담았습니다. 아울러 각 사안의 내년 전망도 전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당진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홍모(46)씨는 가게 문을 열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이 지역에서 24년째 가게를 운영하면서 한때는 매장을 6개까지 확장할 정도로 수완이 좋았던 그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가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이젠 벼랑 끝까지 몰렸다. 홍씨는 "신용보증재단에서 받은 대출 이자가 처음엔 3.9%였는데 계속 올라 이젠 8.7%"라며 "신용도도 떨어져서 이자율이 올라간다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고금리에 짓눌린 소상공인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0.5%였던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르면서 대출로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의 매달 원리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소상공인 저리 대출 등 상생 금융 상품을 내놓았지만 이들의 무거운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자가에서 전세, 전세에서 월세로

홍씨가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그래픽=신동준 기자

홍씨가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그래픽=신동준 기자

소상공인연합회가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6%가 '현재 대출금 상환으로 힘들다'고 답했다. 대출 관련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45.9%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를 꼽았다.

실제 홍씨의 경우에도 원리금 부담이 대출 초반 매월 90만 원 수준에서 현재는 약 128만 원으로 뛰었다. 그는 2019년 휴대폰 매장을 열 당시 충남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5,000만 원(5년 만기)의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2021년 말에는 소상공인 지원 대출로 1,000만 원(5년 만기, 2년 거치)을 추가로 받았다.

문제는 경기가 악화하면서 홍씨 가게를 찾는 손님도 뚝 끊겼다는 것. 매달 수백만 원씩 적자가 나자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사업에 썼다.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결국 홍씨는 전세로 한 번, 월세로 또 한 번 집을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직원부터 줄였고, 가게도 이제 하나 남았다.

대출금과 월세만 580만 원... 폐업도 어려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게 월세는 35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올랐다. 건물주 역시 고금리로 힘들다 보니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이다. 주택 월세 부담도 너무 커 그는 지난해 디딤돌 대출을 통해 작은 보금자리를 다시 마련했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라도 더 이상 이사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그가 매달 내야 하는 대출금과 월세만 580만 원. 금융당국과 은행에서 그동안 내놓았던 상생 금융 대출도 안 알아본 것은 아니다. 대출 원금 일부를 감면해 주는 '새출발기금'은 대상이 되지 않았다. 다섯 식구가 사는 집이 재산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홍씨는 "상생 금융을 이용하려 해도 신용도가 일정 수준이어야 하거나 세금이 밀리면 해당이 안 된다"며 "새출발기금 역시 연체를 3개월간 유지해야 하는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불가능한 것"이라고 푸념했다.

차라리 가게를 접고 배달이나 일용직을 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는 "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을 받아서 매장 보증금을 냈는데 폐업과 동시에 일시상환해야 한다"며 "이미 보증금도 깎인 상황이라 어떻게든 문을 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호흡기' 낀 소상공인 다시 뛸 도움 절실"

서울 명동 거리에 붙은 카드대출 광고 스티커. 연합뉴스

서울 명동 거리에 붙은 카드대출 광고 스티커. 연합뉴스

상생 금융 사각지대에 있지만 '절대 일수에는 손을 대선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주변 상인 중 일수를 썼다가 더 큰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하루 8만 원짜리 일수인데도 두세 번만 밀리면 일수 직원이 매장에 나와 앉아 있더라"며 "목을 서서히 조이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홍씨는 주변 지인에게 돈을 융통해 세금부터 해결했다. 장사를 하는 데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통장 차압으로 막내딸 유치원비까지 막힌 탓이다.

자기를 믿고 돈을 빌려준 지인 그리고 다섯 식구를 위해서라도 재기하고 싶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생 금융 제도 역시 이자 부담 일부를 덜어주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홍씨는 "오히려 코로나19 때는 지역상품권도 많이 발급하는 등 돈이 더 돌았던 것 같다"며 "인공호흡기만 달고 있는 소상공인이 다시 뛸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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