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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는다는 정부 믿고 기다렸더니 또 올라"... 무주택자 '한숨'

입력
2023.12.2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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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물·리·집] <3> 집값
올해 실거래가지수 고점의 85% 도달
국민들 집값 조정 체감도 낮을 수밖에
"내년 침체 예상·집값 큰 폭 조정 없어"

편집자주

물가, 금리, 집값 때문에 힘든 한 해를 보낸 서민들의 일상을 동행해 그들의 애환과 내년 바람을 담았습니다. 아울러 각 사안의 내년 전망도 전합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24일 오전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24일 오전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수원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38)씨는 9월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원래 집을 살 계획이었지만 점찍어 둔 서울의 A아파트 가격이 연초보다 20% 넘게 뛰자, 고민 끝에 내 집 마련 시점을 뒤로 미루기로 결정한 것이다. 최씨는 요즘 집값이 조정 중이라는 뉴스를 보고 다시 매수 기회가 오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있지만 걱정도 크다. "정부가 요즘 다시 규제 완화를 거론하는데 내년에 집값이 다시 급등해 매수 기회를 놓치면 어쩌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기다린 이들 중 최씨처럼 조바심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내려가는 듯하던 집값이 올 들어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은 껑충 뛰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집값이 조정을 받는 듯하지만 이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순 없다. 최근 주요 기관들이 내놓은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을 보면 시장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전망치는 다소 엇갈린다.

집값, 고점의 85% 수준까지 회복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전국 아파트값은 2020년 초부터 2년간 가파르게 뛰며 정점을 찍고 지난해 반년 가까이 조정을 받았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지수(한국부동산원 집계)는 전국 기준 7.6%, 서울은 7.7% 하락했다. 올해는 11월까지 전국과 서울 모두 2.5% 하락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하락폭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매매지수로 보면 2년 연속 하락이지만 국민의 체감 하락폭은 낮다. 실제 거래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가격 변동을 조사하는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6.2%, 서울은 12%나 뛰었다. 실거래가지수는 2021년 10월 정점(전국 144·서울 189)을 찍고 내려오다 지난해 말 1차 저점을 찍고 다시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10월 기준 전국과 서울의 실거래가지수는 각각 124와 161로 2년 전 고점의 85%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연초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일시적인 금리 하락 등이 맞물리며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중심으로 집값이 뛴 결과다. 주택 거래량(1~10월 47만 건)은 정상기(1~10월 80만 건)의 절반 수준에 그쳐 침체였지만 집값만큼은 무주택자의 기대와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최근 시장이 침체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집값이 국민 소득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집값이 충분히 조정을 받지 않았다는 심리가 팽배하다.

내년 수도권 강보합·지방 약세

올 들어 줄곧 오르던 집값은 최근 들어 다시 조정을 받고 있다. 집값 고점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10월 실거래가지수는 9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집주인이 내놓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 건에 육박, 연초보다 60% 가까이 급증했다.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이를 근거로 2차 조정기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주택시장 불황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경기가 소폭 회복에 그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가계부채 관리 정책으로 대출 규제 역시 강화한 상태다. 여기에 집값이 전반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금리 역시 하반기까진 고금리가 유지될 걸로 예상돼 실수요라 해도 쉽사리 시장 진입이 어렵다. 이 때문에 시장은 주택 거래량(내년 65만 건 전망)이 올해(53만 건 추산·주택산업연구원)보다 늘겠지만 2017~2021년 5년 평균(98만 건)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 도드라진 집값 하락은 없을 거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수요가 높은 서울 수도권 주요 지역은 강보합(+), 지방은 약세(-)를 띨 거란 전망이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서울 집값의 경우 거품이 낀 건 맞지만 물가 상승 영향으로 기존 부동산 가치가 대체로 올랐고 분양가 역시 크게 뛰어 3~4년 전 가격으로 돌아가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내년 전셋값은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공통적이었다. 전셋값 상승은 집값 하락을 방어하는 측면이 있다.

내년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무주택자라면 일단 공공 청약을 노리는 게 가장 좋다. 공공아파트 공급 2년 차인 내년부터 물량이 더 많이 풀리는 데다 신청 기준도 크게 완화했기 때문이다. 예비 신혼부부의 경우 중복 청약이 가능해지고, 신혼부부·생애최초 유형에 '무작위 추첨제'가 신설돼 소득이 높아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내년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최대 5억 원까지 빌려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수도권이라면 시세보다 10% 이상 낮은 급매물을 주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다만 지방은 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만큼 시세보다 20% 이상 빠진 매물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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