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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드리운 방사능 해일의 위험

입력
2024.01.23 14: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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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소재 정수장에서 드론을 이용한 생화학 물질 살포 및 북한군 특작부대 타격 상황을 가정해 열린 민·관·군·경·소방 서울 통합방위훈련에서 K-30W 천호 자주대공포가 적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 소재 정수장에서 드론을 이용한 생화학 물질 살포 및 북한군 특작부대 타격 상황을 가정해 열린 민·관·군·경·소방 서울 통합방위훈련에서 K-30W 천호 자주대공포가 적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7조 원짜리 침대 사업.’

군 당국이 10년 넘게 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며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병영 현대화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보며 국민들이 한탄을 섞어 비난했던 이슈다. 물론 7조 원이라는 예산이 모두 침대 구입에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이 이슈는 군이 국민 혈세를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군은 이 엄청난 혈세를 투입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국방개혁에 따라 어느 부대가 사라지고 어느 부대가 축소되는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벌이며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줬다.

자기 성찰과 문제점 보완에 관심 없는 군

이런 비효율은 생활관 현대화 사업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주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신무기와 새로운 전략·전술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은 고작 7조 원짜리 생활관 현대화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의 혈세 낭비를 유발하고 있다. 이미 관료 집단화된 군은 타성에 젖어 우리를 노리고 있는 위협들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할 줄 알아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라도 형성될 테지만, 군인들은 진급을 위해 ”안 되면 (서류상으로) 되게 하라“는 정신에 따라 윗선과 국민들이 듣기 좋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심각한 자기최면에 빠져있다. 어떤 일이 터질 때마다 ”철통같은 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자기 성찰과 문제점 보완에는 관심이 없었던 군은 이제 전쟁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집단으로 쇠락해가고 있다. 북한 무인기 사태나 노크·점프귀순 사건처럼 비슷한 일들이 반복해서 터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군은 안보 위협에 대해 ‘깜깜이’다.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 등 주변에서 어떤 위협이 새로 등장했는지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어떤 도발 사건이 터져 그 위협이 이슈화돼도 대응책 마련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 2010년대 초반, 북한이 연이어 핵실험에 성공하고 이를 탑재할 핵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소위 ‘3축 체계’가 추진됐다. 그러나 이 3축 체계는 계획 단계 의사결정에만 수년의 시간을 잡아먹으며 완성되기도 전에 뒷북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북한은 상당수의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 방식으로 교체해 과거 스커드 미사일처럼 발사 전 40분간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준비 과정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그 40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40분 동안 탐지·확인·추적·조준·타격을 수행한다는 킬 체인 전략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여기에 천문학적인 혈세를 쓴다.

방공망 '현대화'했다지만 반복해서 터진 북한 무인기 침투

2014년 경기 파주시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항공기. 국방부 제공

2014년 경기 파주시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항공기. 국방부 제공

2022년 연말, 북한 무인기가 우리 수도권 상공을 유린한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도 킬 체인 실패 사례와 비슷하다. 군은 2014년 북한 무인기 사건을 계기로 저고도 방공망 보완 계획을 수립했다. 무인기라는 표적 특성상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를 다수 도입해 배치해야 했지만, 군은 예산 절감·국산화에 사업 중점을 두며 국지방공레이더 체계, ‘레이더’가 없는 신형 대공포라는 괴이한 물건들을 만들어 내며 저고도 방공망을 ‘현대화’했다. 그 결과 8년 전과 똑같은 위협에 속절없이 뚫리는 실패를 겪었다. 그 실패를 겪고도 군은 ”철통같은 방위태세“를 주장하며 실패가 입증된 대공방어체계를 계속 도입하겠다고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사업 전체를 갈아엎으면 누군가 책임져야 하고, 이 실패작들을 혈세로 구매하도록 결정한 여러 사람들의 밥그릇이 날아가니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겪고도 실패 자체를 외면해 버리는 우리 군의 황당한 실태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군이 아예 인지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영역에서 치명적 위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된 미사일이나 드론 같은 위협은 군 당국이 최소한 그 위협의 존재 정도는 인지하고 있지만, 이슈가 되지 않은 위협에 대해 군은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금 동해에서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는 수중 위협이 바로 그러한 위협이다.

북한이 개발한 신형 어뢰 '해일'...우리는 관련 정보 없어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SSGN 727)의 소나 통제실에서 승조원이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SSGN 727)의 소나 통제실에서 승조원이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은 지난해, 이른바 ‘해일’로 불리는 신형 장거리 수중 드론을 개발했다. 일반적인 어뢰보다 훨씬 대형화된 덩치를 가져 러시아가 최근 배치한 핵추진 어뢰 ‘포세이돈’과 유사한 개념의 무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해일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사실상 아는 것이 없다. 북한이 지난해 3·4월과 올해 1월 동해에서 해일 계열 어뢰 발사 실험을 실시한 것을 두고 군 당국은 북한의 발표가 과장·조작됐다고 주장했지만, 군의 그러한 주장에 ‘근거’는 없다. 북한의 해일 어뢰가 어떤 무기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해 북방한계선에서 직선거리로만 100㎞ 이상 이북에 있는 해역의 수중 활동을 감시·정찰할 수 있는 수중 정찰자산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 군에는 이런 자산이 없다. 한미 당국의 가용 자산 가운데 동해에서 이루어지는 북한의 어뢰 실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산은 7함대에 전진 배치된 빅토리어스급과 임페커블급 해양조사선 5척이 전부지만, 이들은 미국의 잠수함 부족 문제 때문에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대신 초계 임무에 투입되고 있어 동해에 투입된 전례가 없다. 북한 당국이 밝힌 해일 어뢰의 잠항 심도는 80~150m 정도였는데, 수중 물체는 위성이나 공중 기반 레이더로 탐지·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무기의 기술적 특성을 파악하려면 인근에 고성능 소나 장비를 갖춘 잠수함이나 수상함을 보내 음파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즉, 지난해 해일 어뢰가 처음 등장한 이후 군이 장비를 이용해 이 무기의 기술적 데이터를 수집한 적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북한이 발표한 해일 어뢰의 성능이 과장·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에서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한 지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직도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위협이 등장해 기존 방위 전략을 갈아엎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그 위협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핵어뢰 '포세이돈'도 심각한 위협

러시아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 러시아 국방부·이일우 제공

러시아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 러시아 국방부·이일우 제공

당장 눈앞에 있는 북한의 위협도 보지 못하는 판에 동해에서 점점 심화되고 있는 러시아의 위협이 보일 턱이 없다. 러시아는 올해 초대형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단 한 발로도 캘리포니아 정도는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어뢰 ‘포세이돈’을 탑재한 특수목적 잠수함 ‘벨고로드’와 ‘하바롭스크’를 태평양함대에 배치한다. 이 무기는 기본적으로 미국 서부 해안을 노린 무기지만, 미국과 군사동맹관계인 한국과 일본에 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와 별개로 태평양함대는 최근 오스카 II급 순항미사일 원잠 ‘첼랴빈스크’를 시작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인 ‘지르콘’이나 초음속 대함 미사일 ‘야혼트’, 함대지 미사일 ‘칼리브르’ 등 신형 미사일 72발을 싣는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평양함대 오스카 II급 잠수함 5척 가운데 4척이 개조 대상인데, 이는 러시아가 유사시 동해상에 떠 있는 한미일 해군력을 쓸어버릴 수 있는 가공할 화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세계는 신냉전 체제에 들어갔고, 대만과 유럽 각국 고위 관료들 입에서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큰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서해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일전을 위해 엄청난 규모로 해군력을 키우고 있고, 동해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운 수중 전략무기를 만들어 동아시아 질서의 판을 바꾸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국방예산을 2배 증액하고 대부분의 예산을 해군에 집중해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벌어질 큰 싸움에 대비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치인들과 관료화된 군인들은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든 말든 국가안보보다는 밥그릇과 자리 차지에만 혈안인 모습이다. 역사는 위정자들이 바깥에서 돌아가는 상황에 눈을 감고 국익보다 사익을 추구할 때 나라에 변고가 생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변고가 몰고 오는 모든 고통은 위정자가 아닌 백성들이 겪는다. 다행히도 지금은 한반도 오천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백성이 주인인 대한민국 시대다. 더 늦기 전에 백성들이 위정자들의 각성을 위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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