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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광산 등재 '이중 잣대' 못 버리나

입력
2024.06.13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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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국 이견 시 등재 심사 연기" 주장 일본
유네스코 기준도 바꿔… 이중적 태도 지적

2022년 1월 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아이카와 금은산에 건설된 갱도에 광석 운반 수단이 전시돼 있다. 사도=연합뉴스

2022년 1월 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아이카와 금은산에 건설된 갱도에 광석 운반 수단이 전시돼 있다. 사도=연합뉴스

"사도광산이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도록 한국 정부와 성실하고 부단하게 논의하겠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니가타현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를 둘러싼 한국 측과의 이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일본은 등재를 처음 시도한 2022년부터 '한국과의 성실한 논의'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자신들이 했던 일은 이미 잊은 듯하다.

시간을 2017년으로 되돌려보자. 한국 정부는 당시 9개국 15개 단체와 연대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대화를 전제로 한 등재 보류'가 결정됐다.

반전은 일본의 작업 결과였다. 일본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안건은 심사를 연기하자'고 주장하며, 관철되지 않으면 유네스코 분담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는 일본의 바람대로 위안부 기록물은 '계속 논의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일본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일본의 요구를 수용해 2021년 회원국의 반대가 있는 안건은 심사 대상에서 일단 제외하도록 기록유산 등재 규칙을 개정했다.

기록유산과 문화유산의 등재 규칙은 다르다. 그러나 일본의 과거 주장대로라면 사도광산도 이견이 있는 안건인 만큼 등재를 미루고 한국과 계속 논의하는 게 논리에 맞다.

등재 여부를 결정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7월 21~31일)가 한 달 정도 남았다. 일본은 사도광산 등재 시기를 에도시대(1603~1868년)로 한정하며 등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인 사도광산의 강제동원 역사를 담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도 이를 지적한 적이 있다. 도쿄신문은 2022년 2월 4일 자 사설에서 사도광산 논란에 대해 "반대국이 있으면 심사를 중단하고 대화를 촉구하자는 기록유산 등록 규칙은 일본 정부 주도로 도입됐다. 분야가 달라도 한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한다면 이중적 태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일본은 과거사를 지우려는 꼼수 대신 강제동원의 아픈 역사를 성의 있게 알리는 조치를 취하고, 한국 측 의견을 성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진중하게 협의에 임해야 한다. 집권 자민당 의원들이 12일 윤덕민 주일대사에게 사도광산 등재 관련 면담을 조율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지만, 명분 쌓기에 그치는 일방적 논의 시도는 무례하다는 인상만 남길 뿐이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상대국과 논의를 계속한다는 취지는 문화유산이든, 세계유산이든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일본으로서도 진정성 있는 태도"라고 말했다. 돈과 억지 주장으로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일본이 깨달아야 한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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