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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갈등에 종교·시민단체 이어 지자체도 불협화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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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갈등에 종교·시민단체 이어 지자체도 불협화음 속출

입력
2024.06.25 15:39
수정
2024.06.25 18: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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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축제, 지난해 이어 2라운드 예고
축제조직위 1심서 승소, 홍준표 시장은 항소
대전, 올해 첫 퀴어축제 앞두고 반대 삭발
이장우 대전시장 "시민 갈등 우려" 반대
국내 첫 퀴어축제 서울도 '서울광장'은 불허

지난해 6월 17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인근에서 퀴어문화축제 측 무대차량 진입을 위해 교통정리에 나선 경찰관들과 이를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지난해 6월 17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인근에서 퀴어문화축제 측 무대차량 진입을 위해 교통정리에 나선 경찰관들과 이를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싸고 종교 및 학부모단체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와 퀴어단체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축제 개최를 둘러싸고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행사를 저지했던 대구시는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 첫 행사를 개최하는 대전에서는 이장우 시장이 개최 불허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가 2009년, 부산과 제주 2017년, 인천과 전북 전주 2018년, 강원 춘천이 2021년에 열렸고 올해 대전이 첫 대회를 예고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면 보수적 기독교 단체들과 시민들의 맞불집회 개최, 행사 시 오물 투척,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 등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대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 개최를 놓고 홍역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대구 중심가인 반월당역 인근에서 축제를 열려고 하자 대구시는 "행사 무대 설치는 지자체의 허가사항"이라며 무대 설치 차량을 막아섰고, 집회를 허용한 경찰 측과 시 공무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법원이 퀴어축제 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여전히 대구시의 불허 입장은 완강하다. 법원은 지난달 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위법한 행정대집행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 등을 상대로 낸 4,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최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홍 시장은 이달 초 "법리 오해이며 단독판사의 독단적 판결"이라며 항소했다. 이에 축제조직위는 "성찰보다는 항소로 화답하는 대구시와 홍 시장을 규탄한다"며 올해 행사도 변함없이 지난해와 같은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지자체가 퀴어축제를 방해하는 것은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등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인권센터 강충영 대표가 지난달 14일 대전시청 앞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이날 대전에서는 62개 학부모·시민단체가 퀴어축제 개최를 반대했다. 연합뉴스

대전인권센터 강충영 대표가 지난달 14일 대전시청 앞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이날 대전에서는 62개 학부모·시민단체가 퀴어축제 개최를 반대했다. 연합뉴스

다음 달 6일 사상 첫 퀴어문화축제가 예고돼 있는 대전도 폭풍전야다. 박선우 대전퀴어축제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당초 대전역에서 개최하려던 계획이 여의치 않아 동구 소제동으로 장소를 변경해 행사 준비를 끝냈다"며 "이번 축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성소수자 등 500명 넘게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에서도 62개 보수시민단체가 단체로 반대 대열에 뛰어들었다. 퀴어축제에 반대해 삭발식까지 했던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는 축제 당일 행사장 주변에서 '건강가정 회복 시민운동'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 단체 박미숙 대외협력국장은 "최소 5,000명 넘게 참가해 건강한 가정의 필요성을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앞서 지난 18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대중 앞에서 축제가 열리면 상당한 시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행사는 자체적으로 조용히 하는 것이 맞다"고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일 서울 종각역 일대에서 열린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무지개 깃발이 펼쳐지자 축제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서울 종각역 일대에서 열린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무지개 깃발이 펼쳐지자 축제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에서는 지난 1일 종각역~을지로입구역 큰길에서 '예스, 퀴어'(YES, QUEER)라는 구호 아래 25회 퀴어축제가 열렸지만 당초 축제 조직위가 희망한 서울광장에서의 행사는 올해 도시의 불허로 무산됐다.

박영준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퀴어축제에 찬반 논란은 사회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인권과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좋은 계기로 삼을 때가 됐다"며 "퀴어축제 집행부와 반대 측 단체, 지자체 등이 다양한 관점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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