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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360명 복지차관 고소 ‘증원 흔들기’… 정부 “의료개혁 의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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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360명 복지차관 고소 ‘증원 흔들기’… 정부 “의료개혁 의지 변함없다”

입력
2024.04.16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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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 "박민수 차관 경질" 요구
여당 총선 패배에 의대 증원 흔들기
법조계 "직권남용 해당 안 돼" 해석
시민사회 "정책 집행 늦추지 말아야"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1,360명이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무 차관으로 정부 입장을 대변해온 박 차관의 경질을 강하게 요청했다. 의사계가 여당의 총선 참패를 기회로 정부와 본격적인 기싸움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복지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의료개혁 의지에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

전공의들, 복지부 차관 경질 요구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를 비롯한 전공의 20명은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차관에 대한 고소장을 오늘 우편으로 공수처에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정부가 수련병원장들에게 직권남용을 해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고 필수의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젊은 의사들이 본인 의지에 반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며 “전공의들의 휴식권과 사직권, 의사로서 전공의가 아닌 일반의로 일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에는 전공의 1,360명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당초 정씨 혼자 고소를 준비하다 각 수련병원 비대위 대표자들이 모인 단체방에서 고소 계획을 공유했고, 다시 각 대표자들을 통해 전공의들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 사흘 만에 1,360명이 모였다고 한다.

고소장에는 조 장관과 박 차관이 피고소인으로 적시됐지만 전공의들은 박 차관을 집중 비난했다. 정씨는 “박 차관은 가시 돋친 언사로 의사들에게 끊임없는 모멸감을 주었고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저주했다”며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 병원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 “오늘 박 차관 생일 축하도 드릴 겸 진행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동안 의사계 일각에서 나온 장·차관 파면 요구에 대응하지 않았던 복지부는 이례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정 공무원의 거취와 병원 복귀를 연계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모두 관련 법에 따라 기관장인 장관의 지휘·감독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 진짜 목적은 ‘증원 흔들기’

조규홍(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이번 고소가 각하 또는 무혐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특히 박 차관을 피고소인으로 삼은 것을 두고, 정책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과 실무 책임자인 복지부 장관이 아닌 차관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건 법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복지부 장·차관은 의대 증원에 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업무개시명령도 의료법 59조에 명시돼 있어 직권남용이라 보기 어렵다”며 “설사 업무개시명령 자체의 위헌성을 주장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공무원은 업무개시명령이 합법이라는 전제 아래 업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도 “권리행사 방해 고의성이 있느냐 여부만 따져도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대통령과 장관이 아닌 차관에게 책임을 묻는 건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오히려 무고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선 전공의들의 법적 대응에 다른 저의가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여당의 총선 패배로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진 틈을 타 의대 증원 정책을 좌초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여러 의사단체들은 총선 결과에 대해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는 논평을 냈고, 의협은 의사계 대표성을 강조하며 ‘원점 재논의’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박 차관 경질 요구는 정부를 흔들기 위한 일종의 ‘여론몰이’ 아니냐는 게 일부 단체들의 의심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불법 행동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 의료계는 총선 결과를 악용해 정부에 원점 재논의를 주장한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의료계의 해석은 특권을 지키려다 지금의 의료대란을 만든 당사자의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건강보험 비급여 보고 제도 시행 지연과 과거 의대 증원 무산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더 이상 정부가 의료계에 휘둘려서 정책 집행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조 장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는 변함없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2025년 대입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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